플랫폼 비즈니스의 5가지 특징

1. 비즈니스 경계파괴

플랫폼에서는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비즈니스 간 융합과 사업 확장 및 다변화 현상이 나타 난다. 일례로 일본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인 라쿠텐(Rakuten)은 일본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인 라쿠텐을 운영하며, 동시에 신용카드, 증권, 은행 등 금융ㆍ핀테크 서비스와 함께 여행 산업(라쿠텐 트래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알리바바 또한 전자상거래로 사업을 시작해 핀테크, 동영상 스트리밍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오고 있다. 또한 B2B 영역의 서비스가 플랫폼화되면서 법률, 회계, 보험, 인사, 세금 등의 프로페셔널 서비스가 플랫폼에서 패키지, 또는 원스톱 형태로 제공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2. 생태계 기반

플랫폼은 생태계에 기반한다. 이 때 생태계에 참여하는 기업은 공급자와 수요자, 광고 기업과 같은 다면 플랫폼의 주요 구성원을 포함한다. 또한 하드웨어 제조사와 함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등 플랫폼상에서 제공되는 공통 기술을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작ㆍ공급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도 포함된다. 주요 구성원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과 여기서 창출되는 가치가 생태계 활성화를 좌우한다. 또한 플랫폼 참여자들은 새로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을 만들어내 플랫폼의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면 플랫폼의 거버넌스에 따라 생태계의 폐쇄성과 개방성이 결정된다. 폐쇄적 생태계가 부정적인 모델인 것은 아니며, 개방형 생태계라고 해서 바람직한 성격을 지니는 것도 아니다. 폐쇄적 생태계와 개방형 생태계는 저마다 다른 장ㆍ단점을 지니며, 이 때 플랫폼 생태계의 성패는 참여자에게 얼마나 많은 효용과 가치, 수익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3.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공급자(생산자)와 사용자(소비자)로 구성되는 다수의 참여자가 공통의 플랫폼을 공유하며,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가치가 창출된다. 따라서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1인당 거래 및 운영 비용이 절감되고, 참여자들 간 연결과 상호작용이 활성화되어 효용은 높아진다. 이러한 구조와 특징을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라고 지칭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주로 승자독식 수익 구조를 보이는데, 네트워크 효과는 소수의 플랫폼 기업이 대부분의 시장 수익을 차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는 일명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로도 일컬어진다. 이는 주먹만한 눈덩이를 계속 굴리며 뭉치다 보면 어느새 산더미만큼 커지는 현상인데, 참여자가 늘어나며 강해지는 플랫폼의 매력과 장점이 또 다른 참여자를 불러들여 플랫폼의 규모가 급격하게 팽창하는 특징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다. 네트워크 효과에는 직접 네트워크 효과(Direct network effect)와 간접 네트워크 효과(Indirect network effect)가 있다. 직접 네트워크 효과는 공급자(기업)와 사용자(유저) 중 어느 한 쪽에서의 참여자 증가가 동일한 측면의 다른 참여자에게 효용을 증대시키고 참여자 증가를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가리킨다. 직접 네트워크 효과는 주로 사용자(유저) 측면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유저가 늘어날수록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에, 신규 가입자가 더욱 증가하며 기존 가입자도 페이스북을 떠나기 힘들어지게 된다. 간접 네트워크 효과에서는 공급자(기업)와 수요자(유저) 중 어느 한 쪽에서의 참여자 증가가 다른 쪽 참여자의 효용성을 증대시키고 참여자 증가를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유저가 늘어나면 광고 플랫폼으로서 페이스북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기업들이 페이스북에 광고주로 참여하게 된다.

 

4. 승자독식 수익구조

특기할만한 점은 참여자 증가에서 비롯되는 플랫폼 매력도 증가가 다시 참여자 증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플랫폼의 지배력과 영향력이 더욱 굳건해지면서 기존 유저가 이탈 하지 못하는 락인(Lock-in)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초기에 사용자를 임계점(Critical mass)까지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기업은 초기에 적자를 감수하면서 무료나 매우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입자를 유치하기도 한다. 일단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유사 서비스나 플랫폼이 시장에 진입하고 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 시기에는 적자를 버티며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지상과제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초기 플랫폼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투자받으면서 경쟁 에서 승리하기 위한 실탄을 확보하기도 한다.

어떤 플랫폼을 사용 중인 사람이나 기업이 플랫폼을 바꿀 때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전환비용 (Switching cost)이 발생한다. 예컨대 사람의 경우 신규가입을 위해 새로운 ID를 만들고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하거나 결제계좌를 변경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수반될 수 있고, 기업의 경우에는 계약을 변경하거나 플랫폼과 연결된 시스템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보통 이러한 전환비용 때문에 사람이나 기업은 하나의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고,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참여자가 많은 지배적 플랫폼에 사용자가 더욱 몰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결국 시장에는 임계점을 넘는 유저를 보유하고 플랫폼 간 경쟁에서 적자를 버틸 여력이 있는 소수의 플랫폼만이 살아남게 된다. 살아남은 소수의 플랫폼이 유료화, 수익화에 나서게 되고, 이들이 수익모델 구축에 성공할 경우 비로소 승자독식의 수익 구조가 형성된다.

 

5. 양면(다면) 사업구조

플랫폼의 또 다른 특징은 양면 시장(Two-sided market), 또는 다면 시장(Multi-sided market) 구조이다. 양면(다면) 플랫폼은 2개, 혹은 2개 이상의 고객 집단, 또는 참가자 집단 간의 직접 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가리킨다. 상당수의 플랫폼은 양면, 또는 다면 플랫폼에 속한다. 플랫폼을 매개로 수요자와 공급자, 그 외 참여자가 연결되어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양면(다면) 시장의 구조는 간접, 직접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양면(다면) 플랫폼을 설계할 때는 4가지 요소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 생태계에 참가시킬 집단의 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로 구매자, 판매자, 광고주로 이루어진 3면 플랫폼이 일반적이며, 그 외 구매자, 판매자로 이루어진 2면 플랫폼과 제 4의 주체가 참여하는 4면 플랫폼도 존재한다. 참가자의 수는 플랫폼의 구조와 수익 모델을 결정 하는 요소이다. 예를 들어, 소셜 구인/구직 서비스인 링크드인(LinkedIn)은 채용기업(담당자), 유저(구직자), 광고주를 연결하는 3면 플랫폼이며, 이들에게 각각 채용 솔루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광고 솔루션을 제공해 매출을 올리는 수익 구조를 취하고 있다. 참가자 집단의 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플랫폼 운영, 수익 모델 양상이 달라지게 된다.

두 번째로 플랫폼의 가격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 많은 다면 플랫폼이 1개 이상의 참가자 집단 에게 무료 서비스나 가격 보조를 제공하는 대신, 다른 집단으로부터는 수익을 취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집단에게 어떤 가격 수준과 수익 구조(유료, 무료)를 설정 해야 할지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포털은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를 유저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이로부터 확보된 대규모의 유저들은 훌륭한 광고 노출 수익원이 되고, 실제 수익은 네이버에 광고를 게재하는 광고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구조이다. 다면 플랫폼의 가격 구조를 설계할 때는 가격 민감도가 낮은 집단, 플랫폼으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집단에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해야 한다.

세 번째 고려 사항은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가치를 누구에게 얼마나 배분할 것인가이다. 다면 플랫폼에 참여하는 집단은 서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수익이나 효용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광고 기반 플랫폼(SNS, 포털, 검색엔진)은 더 많은 광고를 눈에 잘 띄는 공간에 배치하고 싶어하는 광고주의 욕망과 거추장스러운 광고 없이 서비스를 쾌적하게 이용하고 싶은 사용자의 욕망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광고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즉 화면에 노출되는 광고 수와 유저의 클릭을 유도하는 장치를 늘린 서비스는 단기적으로는 수익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낀 유저가 이탈 하게 되는 부작용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다면 플랫폼의 가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 집단 간 수익과 효용성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어느 한 쪽의 가치가 극단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 들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고려 사항은 플랫폼 참가자를 얼마나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로 연결되는 거버넌스 (Governance)의 문제이다. 플랫폼 소유자는 플랫폼에 대한 접근 규칙, 플랫폼상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 규제 등을 통제함으로써 다면 플랫폼의 생태계 거버넌스를 결정한다. 예컨대 미국의 대표적인 데이트 서비스 플랫폼인 매치닷컴(Match.com)과 이하모니(eHarmony)는 회원 가입 자격과 회원 간 상호작용 통제에 큰 차이를 보인다. 매치닷컴은 등록 자격과 회원들 간 상호작용을 가급적 제한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이하모니는 250개 문항의 설문지를 통한 엄격한 자격 심사와 함께 회원들이 직접 다른 회원들에게 데이트 신청이나 접촉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매칭 알고리즘에 의해 회원들을 연결해준다. 매치닷컴은 보다 많은 회원들을 유치 할 수 있지만 회원들의 신원 보증이 확실하지 않고 회원들 간 데이트 신청이 혼란스럽게 전개 될 수 있다. 반면에 이하모니는 회원 수 확보에서 매치닷컴에 비해 확실히 불리하지만, 회원들의 신원을 보증하고 더 적합한 데이트 매칭을 통해 장기적인 만남을 원하는 회원들에게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자사 스마트폰 플랫폼인 iOS 생태계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애플과 개방형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OS를 제공하는 구글도 서로 상반되는 거버넌스를 취하고 있는 사례다. 애플의 iOS 개발자들은 애플이 제공한 개발 도구만을 사용해야 하며, 앱스토어에 앱을 승인할 때도 애플의 통제를 받는다. iOS 유저들은 신뢰도가 높고 검증된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반면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스마트폰 제조사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앱 마켓의 통제도 앱스토어보다 더 유연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더 많은 스마트 폰과 더 많은 앱들을 사용할 수 있지만, 각 스마트폰 모델 및 앱들의 서비스 품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들쑥날쑥하게 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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