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계의 벽이 낮아지고 테크 기업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전통적인 산업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미래에는 대부분의 산업이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의 영향을 받겠지만, 업종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영향을 받는 업종이 있을 것이다. 본 보고서 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영향을 받을 분야로 모빌리티, 유통, 소비재, 금융, 헬스케어를 선정 하였다. 해당 산업에 속한 기존 기업이 플랫폼화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으며, 일부 선도 기업들이 플랫폼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1. 자동차산업 - 제조업에서 벗어나 서비스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완성차 업계

우버와 같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은 전통적인 모빌리티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버로 인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산업은 우버의 직접적인 대체재로 볼 수 있는 택시 산업일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의 확산은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공유 차량 1대가 여러 대의 개인용 자동차를 대체하게 될 경우,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것이다. 더불어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되고,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경우, 미래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빌리티 산업의 생태계 변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실제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2019년 3월 메인 테마로 ‘피크카(Peak Car)’를 제시하며, 미ㆍ중 무역분쟁과 같은 정치적 요인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유 패턴의 변화, 공유경제의 확산,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서비스의 발달 등으로 인해 자동차 수요가 정체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업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의 공급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모빌리티 업계에는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 외에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테크 기업들이 경쟁에 참여해 주행 영역에서 충돌을 빚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구글, 우버와 같은 테크 기업들은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력과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을 강점으로 내세워 모빌 리티 산업에 뛰어들며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들과의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모빌리티 산업의 헤게모니는 완성차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4곳(우버, 디디추싱, 그랩, 올라)의 2019년 1분기 서비스 거래액은 958억 달러로 2016년(230억 달러)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완성차를 포함한 모빌리티 업계의 기업들은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aaS, Mobilityas-a-Service)’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좁은 의미에서 MaaS는 공유를 의미 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사람과 사물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이동성을 의미한다. 승용차, 자전거, 전동휠, 버스, 택시 등의 운송 수단이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방식에서,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 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핀란드의 대중교통ㆍ차량 공유 서비스 연계 애플리케이션인 윔(Whim)은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가 모든 교통수단을 한번에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는 점에서 MaaS 선진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용자가 윔 플랫폼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애플리케이션은 이동을 위한 가장 최적의 교통수단과 경로를 제공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입장에서는 MaaS의 주도권을 놓칠 경우, 단순히 자동차란 하드웨어를 서비스 기업에게 공급하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기에, 완성차 기업들은 제조업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업 모델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2. 유통산업 - 테크 자이언트의 유통업 확장 및 전통 유통업계의 위기

테크 자이언트가 유통 산업의 주도자로 부상하면서 전통 유통업계는 위기에 직면했다. 아마존을 두려워하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용어 ‘아마존 이펙트’와,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몰락을 의미하는 ‘유통 아포칼립스’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며 기존 유통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북미 최대 유통업체였던 시어스가 설립 126년만인 201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장난감 유통 왕국으로 불리던 미국 토이저러스 또한 2017년에 파산보호신청을 하며, 2018년에는 미국 내 700여 개 토이저러스 매장을 폐쇄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국내 백화점 및 대형마트 역시 최근 매출액 및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성장 이전에 근본적인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아마존 등 테크 자이언트 또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다는 측면이다. 테크 자이언트는 전통 유통 기업의 영역이던 오프라인에도 최근 진출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7년 오프라인 식료품점 홀푸드마켓을 인수했으며, 중국 알리바바는 2016년 신선식품 소매업체 허마셴셩을 인수하며 온ㆍ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신유통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전 구매 여정(Customer Journey)을 빠짐없이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즉, 오늘날의 테크 자이언트 기업은 소비자의 쇼핑 과정에서 비어있는 틈새 없이 폭넓게 비즈니스 펼치기 위하여, 기존 유통 기업들이 영위하던 채널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테크 자이언트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제품을 우수한 서비스와 함께 판매하던 기존 유통 기업의 방식 으로는 역부족인 것이다. 이 가운데, 기존 유통 기업 중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제품 및 서비스 외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자를 유입할 수 있는 타 요소와 결합하여 선보이는 ‘믹스 번들’ 전략이 눈에 띈다.

 

3. 소비재 산업 - 제3자 타 플랫폼 vs. 자체 플랫폼, 선택의 갈림길

소비재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플랫폼 전략을 펼칠 때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온라인ㆍ모바일 쇼핑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비재 기업은 우선적으로 테크 자이언트 운영 e커머스 사이트, 각종 소셜 커머스 등 제3자 타 플랫폼을 통해 소비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부 소비재 기업은 제3자 유통 플랫폼과 협업하기 위하여, 제3자 플랫폼 기업의 물류 거점 옆에 자사 창고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제3자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재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PMG International은 매년 글로벌 소비재ㆍ유통 기업 C-level 임원을 대상으로 ‘Global Consumer Executive Top of Mind Survey’를 실시해오고 있다. 소비재ㆍ유통 기업 임원이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경영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이다. 2018년 조사 결과, 임원진이 예측하는 2020년 소비재ㆍ유통 산업 모습의 1순위로는 제조업체들이 보다 많은 제품을 ‘직접 판매’할 것이라는 측면이다. 3순위로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이 통합될 것이라고 예측되었다. 즉, 테크 자이언트 등 제3자 타 플랫폼에서 자사 소비재를 판매 중인 기업도 궁극적으로는 자체 플랫폼 구축 및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자사 소비재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유통망의 비중도 적지 않으므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의 통합을 이상향으로 바라보는 임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재 기업의 매출 발생처를 묻는 질문에는, 매출의 39%가 제3자 타 플랫폼ㆍ타 마켓플레이스에서 나온다고 응답되었다. 소비재 기업은 타 플랫폼에서 자사 소비재를 유통시킬때, 수수료로 거래액의 평균 8~15%를 타 플랫폼에 지불하고 있다. 제3자 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소비재 기업의 수익성과 자사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자체 플랫폼 구축도 쉽지 않은 길이다. 자체 플랫폼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거액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을지에 대한 고민 또한 자체 플랫폼 구축을 망설이게 한다. 실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장벽’을 묻는 질문에 응답 임원진의 46%는 ROI 불확실성을, 45%는 예산 제약을 꼽았다.

 

4. 금융산업 - 금융 플랫폼의 경쟁 전략과 개방형 혁신 전략

본래 금융 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 기업의 진출이 매우 어려운 분야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 기업으로 대표되는 기술 기업들의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기존 기업들과 신규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뛰어 들면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 분야의 플랫폼 사례를 종합해보면 기존ㆍ신규 플레이어 별로 각각 경쟁과 협력에 기반한 전략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기존 플레이어의 경쟁 전략으로는 플랫폼 구축 전략을 들 수 있다.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플랫폼을 직접 구축함으로써, 스스로 혁신 기업이 되어 파괴적 혁신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기존 플레이어의 협력 전략으로는 개방형 혁신 전략이 있다. 자사가 주도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다른 기업을 참여시킴으로써,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신규 플레이어의 경쟁 전략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시스템을 혁신하는 파괴적 혁신 전략이다. 영업 지점이나 영업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서버, 데이터 분석, 시스템 기술 기반의 인터넷 은행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신기술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로 기존 사업을 대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신규 플레이어의 협력 전략은 이미 조성되어 있는 생태계에 들어가 여기서 제공하는 인프라와 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는 개방형 생태계 합류 전략이다. 이 전략은 기존 플레이어와의 협력과 제휴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함께 발전 하는 모델을 취하고 있다. 한편, 신규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요들리(Yodlee)는 미국 상위 16개 은행 등 110개 기업과 제휴, 고객이 보유한 다양한 은행 계좌, 신용카드 정보를 통합해 보여줌으로써 금융 정보를 간편하게 조회 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민트(Mint)는 고객의 자산정보를 모아서 분석하고 금융상품 추천, 자산관리 추천 정보를 제공한다. 요들리와 민트는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금융 추천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핀테크 서비스를 창출한 사례로 볼 수 있다.

 

5. 헬스케어산업 - 헬스케어 산업의 보수적ㆍ규제적 특징과 복잡한 가치사슬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을 고려할 때는 헬스케어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개인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흐름에서 본 헬스케어의 사업 영역은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로 이루어 진다. 이 중 최근에는 치료 영역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으며, 예방, 진단, 사후관리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운동량 측정, 식이요법, 혈당 관리 등 예방(건강 관리) 분야와 개인DNA 분석, 개인의료데이터나 의료영상이미지를 이용한 진단 등의 헬스케어 산업 분야 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의 고객 접점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플랫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여타의 사업 에서 대부분의 고객 접점 채널은 모바일(스마트폰), 온라인(PC), 오프라인(매장/지점)의 3개 정도이며 최근에는 모바일이 주요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의료기관, 의약품 매장, 의료기기, 운동기기, 웨어러블 기기 등 고객 접점이 다양하며, 이에 따라 플랫폼 비즈니스 설계 시에도 이러한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헬스케어의 주요 플레이어는 의료기관, 제약사, 보험사 등의 전통 사업자와 웨어러블, 모바일 플랫폼, 헬스케어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신규 사업자로 나뉜다. 이 중 플랫폼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애플, 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이며, 이들은 구글핏 (Google Fit), 애플 헬스킷(HealthKit) 등 개인건강관리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기본적 으로 헬스케어 분야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산업의 특징상 매우 보수적이며, 정부와 법에 의한 규제가 강하다. 또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애플, 구글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도 헬스케어 플랫폼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향후에도 헬스케어 산업의 주도권은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헬스 케어 플랫폼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관리 분야와, 의료기관과의 연결을 통한 B2B 사업 으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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